목조건축 산업의 성장과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캐나다우드
서울의 정체성은 산과 한강이 이루는 특성에서 비롯된다. 인왕산은 수려한 모습과 사이사이 작은 계곡마다 오랜 거주지와 연결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는 인왕산과 조선시대 중인들의 거주지였던 서촌에 존재했던 위항문학에 주목했다. 지역을 거점으로 한다는 점에서 역사와 장소적 의미가 결합된 문화적 산물이다. 위항문학은 계급사회 신분의 속박 속에서도 지식인으로 성장한 중인들이 만들어낸 역설이다. 1968년 1.21사태 이후 북악산과 인왕산에 30여 개의 군 초소가 들어서면서 오랫동안 시민들의 출입이 통제되었다. 점차 그 수를 줄여오다가 2018년 현 정부는 한양도성 성벽에 설치된 20개 경계초소 중 18개를 철거하고, 2개소는 훼철과 복원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보존했다. 초병의 거주 공간이었던 인왕3분초도 철근콘크리트조 필로티 위 상부 구조물을 철거하고, 시민들을 위한 쉼터로 재구성됐다. 오랜 반목과 통제의 상징인 인왕3분초 쉼터는 개방의 시대, 교류를 상징하게 되는 또 하나의 역설이다.
이 시설은 인왕산을 즐겨 찾는 이들을 위한 작은 쉼터가 되고, 서촌의 다양한 문화활동 모임들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시설로 활용될 예정이다. 쉼터이자 작은 도서관으로, 소규모 집회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 시간이 더해감에 따라 자연환경과 새로운 시설, 사람의 활동이 조화롭게 덧씌워져 가는 장소가 되길 기대한다.
지붕을 비물질화하는 결구
목조의 구법은 부재들을 입체적으로 조립하여 3차원의 구조물을 조립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을 건축가 고트프리트 젬퍼는 텍토닉이라고 정의했다. 다양한 크기의 선부재들은 위계에 따르는 맞춤과 조합을 통해 구조물을 이룬다. 인왕3분초 쉼터의 인상은 목구조의 전형적인 원리에서 벗어나 보이도록 했다. 철근콘크리트조 필로티 기둥 모듈의 1/2 간격으로 목재(glulam)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에 지붕판(4,000×10,000×500mm)을 끼워 넣는 형식이다. 거대한 크기의 지붕판이 목재 기둥 위에 얹히지 않고 그 사이에 끼워짐으로써, 하중 전달을 위한 일반화된 논리에 순응하지 않는다. 기둥에 의해 비워진 틈의 간접조명은 분리된 효과를 강조한다. 두텁고 커다란 지붕판이 주는 ‘무거운’ 인상은 구축 방법의 차이에 의해 마치 떠 있는 듯한 ‘가벼운’ 인상으로 치환된다. 구축적 역설을 물리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